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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운전 성립요건, 화가 나서 따라갔다면 어디부터 문제될까

이경복 대표변호사
형사COLUMN

보복운전 성립요건, 화가 나서 따라갔다면 어디부터 문제될까

이경복 대표변호사

보복운전은 별도의 죄명이 아닙니다

도로에서 상대방과 시비가 붙은 뒤 차량을 뒤쫓거나 앞을 가로막았다가 ‘보복운전’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먼저 알아둘 점은 형법에 ‘보복운전죄’라는 별도의 죄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운전자가 자동차를 이용해 특정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폭행한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 특수협박, 특수폭행, 특수상해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복운전 성립요건을 살펴볼 때도 단순히 난폭하게 운전했다는 사실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누구를 상대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이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정도였는지, 운전자가 어떤 의도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보복운전 성립요건, 화가 나서 따라갔다면 어디부터 문제될까

난폭운전과 무엇이 다를까요?

보복운전과 난폭운전은 비슷해 보이지만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난폭운전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급제동 등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행위를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지속·반복해 다른 사람에게 위협 또는 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문제됩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보복운전이라고 부르는 행위는 도로에서 발생한 시비 등을 계기로 특정 차량이나 운전자를 겨냥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화가 난 뒤 뒤쫓아가 앞에서 고의로 급제동하거나, 차량을 이용해 진로를 가로막고 위협하는 등의 행동이 있었다면 형법상 특수범죄 성립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결국 보복운전 성립요건은 운전 자체가 위험했는지만이 아니라 특정 상대방을 향한 행위였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보복운전 사건에서는 운전자 본인의 설명보다 영상이 사실관계를 훨씬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사건을 검토할 때 기억에 의존해 진술부터 만들기보다 블랙박스, CCTV, 신고 내용 등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기준으로 당시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왜 상대 차량을 따라갔는지, 급제동이나 진로 변경은 실제로 있었는지, 교통상황 때문에 발생한 움직임인지 아니면 상대방을 겨냥한 행동인지 등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보복운전 성립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하고, 실제 위협적인 행동이 확인된다면 무리하게 전부 부인하기보다 행위의 정도와 경위, 피해 회복 여부 등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정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보복운전 성립요건, 화가 나서 따라갔다면 어디부터 문제될까

단순히 따라갔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화가 나서 상대 차량을 따라간 것은 맞습니다.”

실제 조사에서 이런 상황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 거리를 뒤따라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특수협박 등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추격한 거리와 시간, 차량 간 간격, 반복적인 급가속·급제동이 있었는지, 상대 차량의 진행을 막았는지, 경적이나 상향등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는지 등 당시의 전체적인 운전 형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블랙박스나 주변 CCTV는 몇 초의 장면만 떼어 보기보다 시비가 발생하기 전부터 행위가 끝날 때까지 연결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끼어들거나 시비를 시작했다는 사정 역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먼저 잘못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의 위협적인 운전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를 이용한 행위가 상대방에 대한 협박으로 평가된다면 특수협박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84조의 특수협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해 상대방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특수폭행이 문제될 수 있고,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결과에 따라 특수상해 등 다른 범죄의 성립 여부도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보복운전 성립요건을 판단하면서 처음부터 특정 죄명을 정해 놓기보다는 블랙박스에 나타난 행동과 피해 결과를 기준으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혐의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복운전 사건은 “화가 났다”는 감정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감정이 실제 도로 위에서 어떤 행동으로 이어졌는지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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